[여의도풍향계] 정쟁 국감 끝나자 예산 전쟁…뒤로 가는 의회정치<br /><br />[앵커]<br /><br />윤석열 정부 첫 국정감사가 석연치 않은 뒷맛을 남긴 채 마무리 되고, 연이어 국회는 예산 정국에 들어섰습니다.<br /><br />그러나 검찰 수사를 둘러싼 대치 속에 시작부터 협치는 요원한 모습인데요.<br /><br />전쟁터로 변한 여의도에서 국민을 위한 본연의 '정치'도 희미해지고 있습니다.<br /><br />최지숙 기자가 여의도 풍향계에서 짚어봤습니다.<br /><br />[기자]<br /><br />국회가 국정 운영 전반을 들여다보고 감사하는 국정감사가 엄중한 대내외적 상황 속에 지난 4일 막을 올렸습니다.<br /><br />여야 할 것 없이 '정책 국감' 그리고 '민생 국감'을 다짐했는데요.<br /><br />그러나 공언은 식언(食言)이 되고 말았습니다.<br /><br />윤석열 대통령 비속어 논란으로 시작부터 다수 상임위원회가 파행을 거듭했는데, 지난 13일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결과 발표를 계기로 전선은 국감장 밖으로 확대됐습니다.<br /><br /> "고(故) 이대준 씨 생명도 구하지 못했고 월북으로 조작까지 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. 수사에 충실히 참여하시길 촉구합니다."<br /><br /> "감사원이 윤석열 대통령실의 하수인으로 전락해 헌법을 유린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습니다. 표적 수사를 지원하고 있습니다."<br /><br />국감 후반부에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향한 검찰 수사가 도화선이 됐습니다.<br /><br />이 대표의 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체포와 구속 그리고 민주연구원 압수수색.<br /><br />민주당은 국감에 앞서 용산 대통령실 앞으로 향했고, 협치의 종언을 선언했습니다.<br /><br /> "협치는 끝났다고 생각합니다. 야당 탄압에 골몰하는 윤석열 정권을 강력히 규탄하며 국민과 함께 싸워 나가겠습니다."<br /><br />국감은 사실상 정부를 견제하는 야당의 무대이지만 민주당 역시 이렇다 할 한 방은 없었던 가운데, 김의겸 의원은 국감 막바지,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향해 '술자리 의혹'을 꺼내들었습니다.<br /><br />윤석열 대통령과 한 장관이 석 달 전쯤, 서울 청담동의 한 바에서 김앤장 변호사 수십 명과 술자리를 가졌다는 주장인데,<br /><br /> "청담동 고급 바였고요, 김앤장 변호사 30명 가량이 있었습니다. 윤석열 대통령도 이 자리에, 청담동 바에 합류했습니다. 기억나십니까?"<br /><br />설익은 의혹 제기에 반격만 들어왔습니다.<br /><br /> "법무부장관직 포함해 앞으로 어떤 공직을 하든 다 걸겠습니다. 의원님 뭐 거시겠습니까? 지라시 수준도 안 되는 것으로 국무위원을 모욕해 놓고…"<br /><br />김 의원에 대한 징계안을 포함해 여야는 앞다퉈 상대 당 의원에 대한 징계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, 정작 이를 심사할 국회 윤리특위는 아직 구성도 안 된 상황입니다.<br /><br />정책 대결 대신 정쟁에 골몰했던 올해 국감에선, 해마다 배출되던 국감 스타도 자취를 감춘 채 결국 씁쓸히 막을 내렸습니다.<br /><br />냉각 상태를 해소하지 못하고 국회는 곧바로 예산 정국에 돌입했습니다.<br /><br />새해 나라 살림을 심사하고 확정하는 중요한 책무인데, 이마저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.<br /><br />절반 넘는 자리가 텅 빈 국회 본회의장.<br /><br />지난 25일 윤석열 대통령의 시정연설은 민주당의 보이콧으로 헌정 사상 처음, 반쪽으로 진행됐습니다.<br /><br />윤 대통령은 예산안 처리를 위한 초당적 협력을 당부했지만,<br /><br /> "윤석열 정권 규탄한다! 규탄한다! 규탄한다!"<br /><br />야당이 대통령의 시정연설에 본회의장 입장조차 하지 않은 것은 헌정사상 처음입니다.<br /><br />그야말로 협치가 붕괴된 현장이었습니다.<br /><br />물러섬 없는 집권여당과 거대 야당의 끝 없는 대치 앞에, 정의당은 적대적 정치를 끝내야 한다고 호소했습니다.<br /><br /> "적대적 정치는 정치의 힘을 가장 필요로 하는 힘 없는 약자에게서 공공 정책이 자신의 삶을 개선시킬 수 있다는 기대를 빼앗고 있습니다."<br /><br />사정이 이렇다 보니, 올해도 예산안 처리가 법정 기한을 넘길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.<br /><br />정부는 2010년 이후 처음 전년 대비 지출을 줄여, 재정 건전성 회복을 강조하고 있지만,<br /><br /> "재정 건전화를 추진하면서도, 서민과 사회적 약자들을 더욱 두텁게 지원하는 '약자 복지'를 추구하고 있습니다."<br /><br />민주당은 삭감된 예산의 회복을 벼르고 있습니다.<br /><br /> "저소득층 공공임대주택, 청년 내일채움공제 예산 등 경제 어려울 때 더 고통스러운 분들에게 필요한 민생 예산 반드시 살리겠습니다."<br /><br />국민의힘도 입법, 예산 전쟁을 선포했습니다.<br /><br /> "(예산안 처리가) 연말까지 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지금부터 진짜 입법전쟁, 예산전쟁이라는 각오로 철저히 준비해주실 것을…"<br /><br />법정 기한을 넘길 경우를 대비해, 정부는 이미 최소한의 예산을 전년도 예산에 준해 편성하는 '준예산' 집행도 검토하고 있습니다.<br /><br />대화와 타협이 실종된 의회 정치의 위기 속에, 민생 현장의 고통은 턱밑까지 다다랐습니다.<br /><br />최근 국회 본회의에서는 21대 국회 최연소 의원의 성토가 있었는데요.<br /><br />정의당 류호정 의원은 여야의 정쟁을 부끄럽다고 지적하며, 특히 여권을 향해 "거짓말 해도 혼나지 않고 잘못해도 사과하지 않으면 계속 거짓말과 잘못을 하게 된다"고 비판했습니다.<br /><br />민생 현장을 책임져야 하는 정부·여당의 역할과 책임이 더 무거울 수밖에 없다는 취지로 읽힙니다.<br /><br />화해를 택하는 것은 대립보다 더 큰 용기가 필요합니다.<br /><br />하지만 그만큼, 더 중요한 것을 지켜낼 힘을 얻게 될 것입니다.<br /><br />지금까지 여의도 풍향계였습니다.<br /><br />연합뉴스TV 기사문의 및 제보 : 카톡/라인 jebo23<br /><br />(끝)<br /><br />